동네한베퀴 221화 -고고하다 남녘마을 경남 고성
1. 구만면 마지막 다방과 가족 같은 이웃들
2. 70년 전통으로 끓인 3대 염소 국밥
3.그리운 아버지의 바다로, 군령포 갯장어 사나이
구만면 마지막 다방과 가족 같은 이웃들
수십 년, 많은 이들의 해우소가 되어준 다방.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방에 모여앉아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다방은 2000년대 이후 커피전문점에 밀려 대부분이 문을 닫았지만 구만면에 위치한 다방은 지금까지도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다방이 문을 열고 지금까지 동네 사랑방으로 지내온지 벌써 30년. 14살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 경남 전역을 오며가며 ‘싹쓸이’해 온 주인 정정자 씨는 35년 전 고성에 정착하게 되었다는데. 바로 그 어떤 동네보다 소박하고 편안했던 이웃들 덕분. 그중 올해로 99세가 된 어르신에겐 아버지하고 부를 정도란다. 이외에도 뒷집, 앞집, 옆집 너나 할 것 없이 정자 씨의 가족이 되어준 구만면 사람들. 그렇게 고향보다 더 고향 같은 고성에서 동네 주민들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그녀의 다방에는 이른 아침부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찾아오는 단골들로 오늘도 활기가 넘친다.
70년 전통으로 끓인 3대 염소 국밥
바쁜 일상 속에서, 특히 많은 이들이 오가는 시장에서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은 싼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시장에 각각 유명한 국밥집 하나씩은 있다는데 고성장의 대표 국밥은 바로 그 이름도 흔치 않은 염소 국밥. 돼지국밥, 소고기국밥처럼 익숙하진 않지만 예전부터 집집마다 염소를 키워왔던 고성 사람들에게는 인기 있는 음식이란다. 고성장에서도 염소 국밥 하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집이 있었으니 바로 70년째 이어오는 식당. 이 집은 아내를 일찍 여의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던 1대 시할아버지 대부터 시작, 2대 며느리로 이어져 지금은 3대 아들 내외가 도맡아 운영 중이다. 고기 관리부터 쉽지 않은 염소 국밥, 그 세월을 잇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을까. 이만기는 그렇게 깊게 끓여낸 한 가족의 인생 한 그릇을 맛본다.
그리운 아버지의 바다로, 군령포 갯장어 사나이
청정해안 고성 바다에서 갯장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해안 일대에서만 서식하는 갯장어는 여름철에만 반짝하고 맛볼 수 있는 어종으로 그 육질이 쫄깃하며 씹히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하지만 그 맛과 달리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갯장어는 일본어로 ‘물다’라는 뜻의 ‘카무’에서 유래한 ‘하모’라고도 불리며 그 이름에 걸맞게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성에서 가장 먼저 갯장어를 잡아 올린다는 이재득 씨. 그와 갯장어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3대째 갯장어를 잡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조업을 뒤로하고 중학교 졸업 직후 큰 꿈을 안고 바다를 떠나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바다가 운명이었던 걸까, 25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고 바다로 나가는 아버지의 옆에 서게 되었다. 어렵고 엄격했던 아버지와 함께 수십 년 한배에서 갯장어를 잡아 온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배에 올라탔고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이후에도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자 그리움으로 가득한 갯장어를 잡아 올리고 있다. 하루에 2번씩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고된 갯장어잡이를 억척스럽게 이어나가는 그에게 갯장어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떠나보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갯장어 한 상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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